조용했던 아버지와 나
아버지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다. 서로 말보다는 눈빛과 행동으로 마음을 전하는 사이였지요. 어릴 때는 그 조용함이 어색했지만, 지금은 그 침묵 속에 담긴 사랑을 알 것 같습니다.
전하지 못했던 마음
어쩌면, 아버지는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걸지도 모릅니다. 그리고 나 역시 그저 아버지를 '조용한 사람'이라 생각하며 다가가지 못했습니다. 한 번이라도 따뜻한 말을 건넸다면, 아버지도 환하게 웃으셨을까요?
마음에 남은 미안함
시간이 지나고,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는 지금, 가장 크게 남는 감정은 '미안함'입니다.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날들, 무심했던 순간들이 가슴 깊이 남아 나를 울립니다.
젊은 시절 홀로 북한에서 남한으로 피난 , 의지할 일가친척 없이,
홀로 가정을 이루고 우리 다섯 남매를 낳으시고 기르셨다.`
온갖 어려속에서도 끝까지 자식들 공부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묵묵히 감당하셨던 아버지,
목사, 의사, 군인,회계사, 음악교사 등
자식들과 마을 나누는 따듯한 대화조차 없었던 , 가치관이 달라서 , 어쩌면 퇴물이라고 속으로 무시했던 나,
아버지의 존재란 엄청난 것이었음을 이제야 눈물흘리며 체감합니다.
아버지의 그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...
조용한 사랑을 다시 생각하며
비록 많은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, 아버지는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우리 다섯 남매를 지켜주셨습니다.
그리고 나는 이제야 깨닫습니다. 사랑은 꼭 많은 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.
아버지는 아버지 였다는 존재감.